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한 이종격투기 선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조두순을 찾아가겠다”는 등 응징을 예고했다.
사람들은 유튜버의 ‘사적제재’ 예고에 환호했다. 12년이라는 형량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사람들은 조두순이 받은 12년 형량이 부족하고, 따라서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조두순 출소 당일, 수많은 유튜버들이 조두순의 집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조두순의 출소라는 부조리를 규탄했다. 일부는 “조두순을 거세하라”,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등의 수위 높은 발언도 일삼았다.
그들이 과연 12년 전, 조두순이라는 범죄자가 저지른 악행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것일까. 세상에 의로운 유튜버가 이렇게나 많았을까.
유튜버의 정의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 유튜버는 지난 12일 오후 짜장면을 조두순의 집에 배달시킨 후 그 과정을 방송했다. 다른 유튜버는 그 모습을 보고 “이런 것까지 방송하느냐”며 싸우기도 했다. 다른 유튜버는 가스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다 적발됐다. 조두순 후송차에 올라탄 유튜버를 말리던 경찰관은 어깨 탈골 부상을 입었다.
유튜버들은 조두순을 응징해야 한다는 이유로 카메라 렌즈를 주민들의 집으로 겨눴다. 가뜩이나 지역에 성범죄자가 왔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집 앞에서 기승을 부리는 유튜버들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겪고 있다.
조두순이 출소 후 국민들이 분노할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들은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형량 강화, 피해자 및 지역주민 보호 방안 강구 등 정부의 대응을 수차례 요구했다. 국가는 이를 외면하고 방조하다가 지난달 뒤늦게 대안을 내놓았으니, 작금의 상황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유튜버들은 그 틈을 교묘하게 노렸다. 부당한 현실에 ‘내가 대신 맞서주겠다’고 나서 정의감과 의협심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그 대가로 구독과 좋아요, 후원을 요구했다. 유튜버들에게 있어 조두순이란 하나의 콘텐츠에 지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유행을 따라가 주목받는 것을 비트코인에 빗대 ‘○○코인 탄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유튜버들이 조두순의 집앞에 모이는 모습을 보고 ‘두순코인 탄다’고 표현하고 있다. 정의감에 의한 게 아닌,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유튜버의 난동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비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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