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9시 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중동~상동 먹자골목에서 식당 사장님이 늦은 밤이 아님에도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와 주시겠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밤 경기도 부천시 중동의 한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한 말이다. 그는 손님이 북적여서가 아니라 마감을 앞두고 뒷정리를 하느라 본지 기자에게 바쁘다고 말했다. 새벽도 아닌 24일 오후 9시 30분께의 일이다.

부천시에서 가장 큰 번화가는 신중동역에서 상동역까지 이어지는 큰 먹자골목이다. 부천시청과 신축 아파트단지를 제외한 긴 거리가 통째로 ‘먹자골목’으로 불린다. 정확히는 현대백화점 뒤편의 ‘별빛거리’와 롯데백화점 뒤편의 ‘먹거리타운’의 총칭이다.

주말이나 연휴 전날 밤이면 수많은 시민들이 이 부천시 최대의 번화가로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올해 중순까지의 이야기다.

최근 정부는 크리스마스 연휴기간과 연말연시를 대비해 대대적인 방역수칙 강화에 나섰다. 주점과 식당은 오후 9시 이후면 셔터를 내렸고, 카페도 홀에서의 식사는 불가능해졌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늘 인파가 북적이던 먹자골목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손님이 있는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대부분의 가게는 간판의 불을 껐다. 입구에 ‘CLOSE – AM 02:00’라는 팻말을 붙여둔 가게도 문을 잠근 상태였다. 24일 밤 10시되 되기 전인데 말이다.

먹자골목의 한 차돌박이 식당 사장님 A씨는 텅 빈 가게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문 밖에서 웨이팅(대기)하는 손님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작년 크리스마스 매출이 100만원이면 올해는 10만원. 그냥 10만원이다”고 했다.

똑같이 배달 하지만···메뉴별로 차이 커

24일 저녁 부천 먹자골목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으며,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안정훈 기자)

대부분의 가게가 간판의 불을 끄고 영업을 마감했지만 배달이 되는 몇몇 가게는 여전히 장사를 했다. 아르바이트생과 사장님들은 한 번은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 속절없이 전화 한 통을 기다렸다.

낙곱새(낙지+곱창+새우)를 파는 식당 사장님 B씨는 “크리스마스라서 기대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 저번주보다 더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금, 토, 일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황금 연휴기간인데도 배달 건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밤 10시 30분에도 홀 직원,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오가는 가게도 있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점 앞에는 오토바이 3대가 시동이 걸린 채로 주차되어 있었다. 유리문 안쪽에서는 직원이 정신없이 치킨을 포장하고 있으며, 배달부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달이 되는 프랜차이즈 횟집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문 바로 앞 테이블에는 사람 대신 포장된 회 세 봉지가 배달부를 기다렸다.

B씨는 “크리스마스라고 사람들이 좋은 음식 먹나보다”라고 자조했다. 그는 “배달 앱을 통해 우리 가게는 몇 건을 배달했는지, 다른 가게는 몇 건 했는지도 볼 수 있다. 요 옆 다른 가게는 200 몇 건 했더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이냐, 안 어울리는 음식이냐에 따라 매출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라고 검색했을 때 케익이나 피자, 치킨을 찾아볼 수는 있어도 곱창이나 순대국 등 한식을 찾아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오전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사상 초유의 ‘블랙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같은 조치(정부의 강화된 방역수칙)는 필수활동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민 외출금지령’으로 전국 식당, 휴가지 등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임대료 직접 지원 ▲3차 긴급재난기금의 소상공인 우선 지급 ▲소상공인 긴급대출 대폭 확대 ▲금융기관의 소상공인 대출이자 중단 ▲각종 세제 감면 조치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