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오남용하지 마라

이수봉 후보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기본소득을 사실상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희준(이하 공) : 긴급재난 지원금에도 구체적 지급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수봉(이하 이) : 예, 그렇습니다. 공정성, 충분성, 그리고 즉시성의 세 가지가 재난지원금의 3대 원칙입니다. 하지만 보편적 지급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 사람당 10만 원씩만 준다면 그게 긴급한 재난을 극복하는 데 과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책이 되겠습니까?

우리나라 자영업자들만큼 정부가 명령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방역 지침을 충실히 준수한 사람들도 드뭅니다. 그 결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혹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돈 10만 원이 과연 충분한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무차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에게도 나눠줘야만 합니다. (격앙된 목소리로) 거액의 월급과 상여금도 모자라 음습한 부동산 투기에까지 가담해 엄청난 액수의 불로소득까지 챙긴 그들에게 왜 국민 세금으로 돈을 퍼줘야 합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가 어째서 자꾸 되풀이되겠습니까?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을 억지로 섞으려다 보니 그런 무리수가 빚어졌습니다.

마르크스가 세상에 환생하면 현재의 마르크수주의자들이 하는 행동을 목격하고서는 하도 기가 막혀서 마르크스주의를 스스로 포기할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한때 서구의 지식인 사회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 마르크스 같은 심정입니다. 기성 정치권이 기본소득을 무분별하게 오남용한 때문입니다.

제가 특히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챙겨주겠다는 불공정하고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물론 공공부문 종사자들도 기본소득을 받는 게 바람직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재난지원금까지 챙기도록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찬찬히 뜯어보면 공무원들은 이미 기본소득을 나라로부터 인건비라는 명칭으로 수령해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매년 평균 8천만 원 가까운 돈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꼬박꼬박 타가고 있습니다.

공 : 교사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황이 되었음에도 학교는 여전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방만하게 남아 그들만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형은 망해도 교사만 흥하면 장땡인 곳이 대한민국 학교들이에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내뱉었던 대사가 저절로 하고 싶어지는 연유입니다. (웃음)

이 : 국민들 세금으로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풍성하게 챙겨가는 공무원들의 통장에 재난지원금까지 쏴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공무문 개혁하면 기본자산 보장도 가능해

이수봉 후보자는 국무회의에서 죽비소리를 내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사진 김한주)

공 : 그렇다면 후보님께서는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계신지요? 혹시 ‘이수봉표 기본소득’으로 불린 만한 정책을 설계해놓은 것이 있다면 이참에 소개해주세요.

이 : 이제야 저의 비장의 무기이자 득표 전략을 공개할 순간이 왔네요. (웃음) 저는 가칭 ‘서울형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서울형 기본소득이 무엇이냐? 생애주기별 기본소득을 시민들에게 지급하자는 뜻입니다. 25세에서 65세 사이를 세 개의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마다 적절한 액수의 생활비를 기본소득으로 지원해주자는 게 제가 준비한 방안입니다. 그러면 직장을 잃은 서울시민의 경우 월 80만 원까지 1년 동안 기본소득의 형태로 수입을 보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공 : 관건은 재원조달 방법일 텐데 염두에 두신 방안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이 : 핵심은 공공부문의 고통분담입니다. 저는 당장에 공무원들로 하여금 월급의 일부를 반납하도록 설득하고 유도할 작정입니다.

공 : 거기에 더해서 공무원 숫자도 줄이면 금상첨화일 듯싶습니다.

이 :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정당하고 균등한 고통분담이 선행되거나 또는 수반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머잖아 절체절명의 심각하고 치명적인 국가적 위기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로 지금은 정치인들과 고위관료들 같은 윗대가리들부터 썩어 있습니다. 따라서 윗물부터 강도 높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도 있는 법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귀중한 세금을 갖고서 마치 자기네들 쌈짓돈 쓰는 것처럼 생색을 내선 안 됩니다.

이수봉 민생당 서울시장 후보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만연된 총체적 부정부패의 현실을 강도 높은 어조로 질타한 며칠 후, 더불어민주당의 상왕이라고 칭할 수 있을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썩었다”는 희대의 궤변 내지 망언을 언죽번죽 천연덕스럽게 내지름으로써 상식과 양식이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반감과 분개를 샀다.

재난지원금이 본변의 역할을 해내려면 충분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이왕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한 달에 150만 원씩, 최소 6개월은 주어야만 하는 까닭입니다.

기본소득은 원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설계가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보편성의 원리는 재난지원금이 아닌 기본소득에서 구현되어야 합리적입니다. 게다가 기본소득이 끝이 아닙니다. 기본소득이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에는 국민들의 기본자산을 국가가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 : 기본자산은 기본소득과 비교해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데,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이 : 아기가 태어나면 한 달에 15만 원가량을 아이 명의로 꾸준히 적립해줄 수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꾸준히 적립된 돈을 만으로 18세가 되는 해에 지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 : 국가에서 대신 저금해주는 형식이네요?

이 : 예, 그렇죠. 단, 한 가지 중요한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 명의로 적립되는 돈에 중간에 자신들 맘대로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 : 슈킹 방지 대책이네요.

이 : 국가로부터 18세에 보편적으로 지급받는 기본자산은 국민들이 하나의 자율적 인격체이자 한 명의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경제적 기반 구실을 해줄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도, 기본자산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들입니다. 서울은 지방자치단체임에도 1년 예산이 무려 거의 40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이 돈을 시민이 아니라 공무원을 위해 쓰고 있어요.

공무원들의 인건비와 복지비용 명목으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허투루 낭비되어온 소중한 예산을 줄이고 절약해 조성된 재원을 가지고서 서울시가 서울시민들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정책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서울시가 채권도 발행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절대 간과되지 말아야 할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닌 금융개혁입니다. 시중은행을 위시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화폐를 자기들 돈벌이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폐가 뭡니까? 달리 말하면 바로 신용입입니다. 이 신용은 공무원과 은행이 아닌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당연히, 기본자산의 기초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마땅합니다.

한국은행이 왜 돈을 찍어내겠습니까? 국민의 민생을 위해 찍어내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의 민생 안정을 위해서 찍어낸 돈이 실제로는 공무원들 배불리고 금융기관 임직원들 등 따시게 하는 데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중간에서 채가고 있는 화폐 즉 신용을 서울시민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금융개혁 공약은 요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가운데 아마 저 혼자만 내놓은 내용일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어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저는 미꾸라지들 사이에 뛰어든 한 마리 메기가 되어, 안일에 빠지고 타성에 젖은 문재인 정부를 준엄하게 깨우는 죽비소리가 되겠습니다.

공 : 웅대하고 진취적인 포부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 흥미 있게 경청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