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의석수를 이긴다

조정훈 후보는 메시지의 힘으로 숫자의 열세를 극복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했다. (사진 김한주)

공희준 : 후보님께서는 국회에 등원한 이후로 스스로를 ‘입법노동자’로 자처해오셨습니다. 그러한 개념규정을 내리신 이유가 뭔가요?

조정훈 :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행정가는 시민들에게 행정 서비스를 선사하는 일을 책임진 인간입니다. 주 4일제는 노동자들만 절실하게 원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적잖은 숫자의 기업들 또한 조속한 도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건비나 운영비 때문에 주 4일제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그에 요구되는 재정과 행정 서비스를 지원할 생각입니다.

제가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발표하자 의원회관에 있는 저희 사무실로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옵니다. 주 4일제를 채택하고 싶으니 거기에 필요한 방법과 절차를 알려달라는 전화입니다. 시대전환은 주 4일제 시행에 호응하는 개인과 조직에 적합한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입법 서비스와 행정 서비스를 착실히 준비해왔습니다.

물론 내일 당장 주 4일제를 실행에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년 정도의 실험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주 4일제가 생산성을 진짜로 심각하게 저하시키는지, 아니면 오히려 크게 높이는지를 감별하는 기간을 갖자는 취지입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에 제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는 일과 함께 시행상의 미비점도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주 4일제 때문에 작업장의 생산성이 낮아졌다면 종전 제도로 다시 환원할 수도 있습니다.

조정훈 후보는 주 4일제의 성공적 정착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범여권의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예선과, 그 다음 단계에 펼쳐질 본선 국면 전부에서 이 정책을 회심의 승부수로 띄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서비스 담당자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선배 정치인들께서는 체면과 체통에 여전히 매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분들은 행정수장인 시장이 직접 서비스맨으로 뛴다는 점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모양새 빠진다는 고정관념에 변함없이 갇혀 있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시대가 전환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세간에서 소위 가오로 불리기도 하는 체통 또는 체면을 중시하느라 본질을 놓치고 마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정치인들이 지나간 영광과 추억에만 계속 사로잡혀 있으면 있을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효능감은 더욱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의 가성비가 터무니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전환은 원내 의석이 한 석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정당입니다. 그러나 덩치가 작다고 해서 메시지까지 왜소한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오늘로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 정확히 25일째가 됩니다. 저는 시대전환이 내놓은 정책과 비전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민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감동의 단일화와 적대적 인수합병을 구분해야

조정훈 후보는 시민의 행복을 정치인의 명예 위에 두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정훈 후보의 직업은 현역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은 선출직 공직자의 일원이다. 그러므로 정책적 내용에 더해서 정무적 진로에 관련된 질문도 아울러 던지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한 질문은 조정훈 예비후보가 소위 단일화 트랙(Track)에 탑승한 결정이 과연 시대전환의 창당정신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원칙 없는 승리를 좇아 이질적 세력끼리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후보 단일화야말로 남한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지속적으로 증폭시켜온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구태 중의 구태이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이 질문에 조정훈 후보는 마치 올 게 왔다는 것처럼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답변해나갔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상대로 23전 23승의 전무후무할 불패의 연승신화를 창조했습니다. 충무공의 불패신화가 없었다면 작가님과 저는 지금쯤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로 인터뷰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께서는 단지 싸움에만 능한 건 아니었습니다.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조정훈 후보는 충무공이 인파이팅을 감행해야만 할 때는 과감한 접근전을 불사하고, 아웃복싱을 구사해만 할 경우에는 멀리서 노련하게 상대를 제압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충무공의 필살기가 무엇이었을까요? 후퇴하는 척해서 적군이 방심하도록 유도한 다음에 갑자기 뱃머리를 돌려 왜군 함대에게 돌격해 적선들을 섬멸하는 절묘한 유인작전이었습니다. 이순신은 한마디로 역습의 달인이었습니다.

저는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지금 한창 시대전환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3당 사이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저는 시대전환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되기를 열렬하게 염원하고 있습니다. 제 힘만으로는 실현시키기가 버겁다면 다른 사람을 숙주로 이용해서라도 기필코 현실에서 구현할 각오입니다. 주 4일제도, 1인 가족 정책도, 그리고 무주택자 기본소득도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저에게 권력의지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결기가 저의 권력의지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후보 단일화는 강자가 약자를 흡수ㆍ합병하는 약육강식의 단일화가, 뭉클한 감동이 없는 차갑고 기계적인 단일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만일 후보 단일화가 기업세계에서 횡행하는 적대적 M&A와 동일한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언제든지 단일화 협상장을 주저 없이 박차고 나올 작정입니다.

시대전환과 두 민주당 간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마당은 합리적인 정책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승리하는 단일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시대전환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이기는 단일화에 필요한 협상안을 이미 내놓은 상태입니다.

저는 실사구시를 지향합니다.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정치를 추구하려 합니다. 따라서 저는 실제로 일을 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습니다. 조정훈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느냐, 당선되지 않느냐는 부차적 문제일 따름입니다. 청년세대와 미래세다가 주 4일제 아래서 일터와 삶터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청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라면 저는 그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홀로 단독질주를 거듭해 승리의 월계관을 독차지하길 바라는 욕심이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좋은 정치는 나의 명예를 위해 하는 정치가 아닙니다. 남들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입니다. 내가 아닌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말씀을 결론에 갈음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희준 :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정훈 : 이동하는 자동차 안이라 매우 불편한 상황에서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