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은 정청래 의원도 반대해
조은희(이하 조) : 서울지하철 2호선은 서울시내 주요 지역을 순환해 운행하는 노선입니다. 이는 2호선이 통과하는 동네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2호선이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지나가는 지역들의 공통된 숙원사항이 있습니다. 지상으로 통과하는 무늬만 지하철을 명실상부하게 지하로 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지하철 2호선 지상운행 구간의 지하화 사업은 지역의 사정에 따라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구로구는 비교적 적은 돈이 들어가고, 광진구는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국가의 예산과 재정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납부한 혈세로 조성됩니다. 서울시민들에게 추가적 조세부담을 강요하지 않고서도 지하철 2호선을 전면적으로 지하화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좋은 일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하겠다는데 어떤 여당 구청장이, 어느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를 반대하고 나설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구청장들이 지하철 지하화 공사를 제발 빨리 좀 해달라고 요청하느라 서울시청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동안 이 절실하고 중요한 숙원사업에 가시적이고 구체적 진전이 없었어요. 다름 아닌 민주당 서울시장 체제 아래에서요.
공희준(이하 공) : 현재 서울시 지역구 국회의원만 범주에 놓고 보자면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단연 강경한 친문, 아니 진문 성향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사람이 서쪽으로는 마포의 정청래 의원이고, 동으로는 광진구의 고민정 의원입니다. 구청장님께서는 여당 당대표조차 제어하고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이 골치 아픈 두 사람을 설득하실 자신이 있으시다는 뜻인가요?
조 : 2호선 지하화는 고민정 의원도 작년에 총선국면에서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사항입니다. 저 조은희가 그걸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데 고민정 의원이 그걸 왜 구태여 가로막고 나서겠습니까? 만에 하나 반대한다면, 다음번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낙선이 기정사실이 되고 맙니다.
공 : 정청래 의원과는 어떻게 대승적으로 협력하실 요량이신가요?
조 : 문재인 정부가 마포구 상암동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결정하니까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선 인물들 가운데 하나가 정청래 의원이었습니다. 저는 정청래 의원의 의사를 깊이 존중해 상암동을 원래의 계획에 의거해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클러스터로 착실하게 발전시킬 심산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한 부지는 본래는 123층에 달하는 상하 DMC 빌딩이 들어설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원안대로 이곳에다가 서울 서부 지역의 명물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123층 짜리 건물을 짓겠다는데, 정청래 의원이 그걸 왜 기어이 반대하겠습니까?
공 : 정청래와 고민정도 알고 보면 ‘샤이 조은희’일 수도 있겠네요?
조 : (갑자기 표정이 환해지며) 저를 꼭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만, 제가 그분들이 약속하고 추진하는 정책들을 알아서 척척 대신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굳이 기를 쓰고서 저를 공격하고 비난할 까닭이 없겠죠. 마포구민들과 광진구민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일들을 제가 정청래와 고민정 두 사람을 대리해 총대를 메는 셈이니까요.
공 : 만일 ‘조은희계’가 여의도 정치권에 탄생한다면 야당인 국민의힘이 아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계보원들이 먼저 등장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좌청래-우민정이 조은희 계보를 쌍끌이하는 쌍두마차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조 : 일머리가 있는 인물에게는 여야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따르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붙게 돼 있습니다.
공 : 식상하고 쓸데없는 자잘한 말꼬리 잡기 같은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시네요?
조 : 예, 그렇죠. 저와 정청래 의원이 사소한 일로 내가 옳으니, 네가 틀렸니 하면서 싸우고 다툴 필요성이 뭐가 있겠어요. 본질은 강경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마저도 자기 동네에 임대주택이 지나치게 많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 지경으로 지금 정부의 주택정책이 본원적으로 잘못됐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정청래 의원과 당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지만, 이 문제에서만은 그분과 확실하고 강력하게 연합전선을 구축할 용의가 있습니다. 정청래가 원하고, 마포구민이 바란다면 당적과 조건을 따지지 말고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죠.
자신을 밀어준 지역을 잘살게 하는 건 정치인의 기본적 책무
공 : 구로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이 있습니다. 게다가 구로의 또 다른 지역구 의원인 이인영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임대주택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실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로구와 거리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강서구의 진성준 의원은 한 술 더 떠 ‘1가구 1주택’ 원칙을 아예 법률로 못을 박아야만 한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고민정과 정청래가 오히려 ‘합리적 보수’로 보이도록까지 만들고 있는 이인영 의원이나 진성준 의원 같은 여당 정치인들과의 정책적 공조관계는 어떻게 정립하실 참인지요? 제 생각에는 구청장님과 그분들이 마주앉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외계어만 반복해대는 소통불능, 공감제로의 모양새가 연출될 것 같은데….
조 :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진성준 의원이 발의하겠다는 ‘1가구 1주택 법안’에 그분 지역구에 거주하고 계신 서울시민들부터가 당장 동의할까요? 대다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은 사유재산의 존중 원리입니다. 진성준 의원은 사유재산의 개념을 부정하는 극히 위험한 발상마저 서슴지 않고 있어요.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 거예요. 저는 수많은 서울시민들께서도 제 의견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의 위에다 늘 두어야만 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국민들의 생각을 억지로 종속시켜서는 안 됩니다. 저는 진성준 의원과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더욱이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는 일에까지 제가 무슨 수로 일일이 대응할 수가 있겠어요.
공 : 민심은 조은희 편이라는 함의인가요?
조 : 국민들의 소중한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결국에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되기 마련입니다.
공 : 통일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이인영 의원에 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기 지역구에다 임대주택만 계속 유치하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조 : 그래서 구로구민들께서 임대주택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만족하고 계신가요?
공 :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구로에서 벗어나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입니다.
조 :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지역구를 더 잘사는 동네로 만들어줄 생각을 해야죠. 정치인들이 본인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유리할 거라는 정략적 계산 아래 자신을 선출시켜준 지역을 소외되고 낙후된 변방으로 계속 머물게끔 하는 일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대원칙이 서울 전체에, 범위를 넓히면 우리나라 전역에 예외 없이 적용돼야만 마땅하다고 확신합니다. 구로와 금천을 강남과 서초에 버금가는 잘사는 동네로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구로와 금천에 살고 계신 시민들께서 앞장서 환영하실 게 틀림없습니다. 구로구민과 금천구민들의 그러한 여망과 바람을 과연 누가 감히 역행하려고 들겠습니까?
공 : 그러고 보니 자기들끼리도 교통정리가 안 되는 게, 구로 차량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구로구청장과 광명시장이 요즘 아주 험악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조 : 저는 양쪽 모두 소통 능력과 협상 기술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저는 구로구와 광명시 양측이 주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꼭 관철시켜야만 할 목표가 무엇이고, 양보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 : 구청장님과 제가 말씀을 나누는 형태가 법륜 스님의 특기인 즉문즉설처럼 의도하지 않게 돼가고 있네요. 법륜 스님이 즉문즉설을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하지는 않으셨을 테니 제가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계속 드려보겠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 차례로 계셨던 정두환 전 위원장님께서 예전에 저와 인터뷰를 하면서 금천에는 서울대 교수가 단 한 명도 살지 않는다고 통탄하신 적이 있습니다. 1천 5백 명이나 되는 서울대 교수와 부교수들 가운데 단 한 명도요. 이 황당하면서도 씁쓸한 세태를 어떻게 바라봐야만 할까요?
조 :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공 : 왜요? 전혀 문제가 아닌가요?
조 : 아뇨. 문제가 있어도 아주 단단히 문제가 있죠. 서울대 교수 정도면 우리사회에서 나름 크게 출세하고 성공한 계층에 속합니다. 이런 사람들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나도록 지역을 가꾸고 동네를 꾸며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 문화, 교통과 환경 등의 제반 측면에서 금천구가 수도 서울을 압도적으로 선도해왔다면 서울대 교수들이 왜 앞 다퉈 금천으로 이사를 오지 않겠습니까? 현실이 그와 같지 않으니 금천에 서울대 교수가 하나도 살지 않는 터무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저는 평가하고 싶습니다.
공 : 금천구민들 중에서 상당수는 목동으로 외려 이사를 나가는 게 공공연한 소원이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조 : 저 같으면 금천을 주민들이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동네로 어떻게든 만들어냈을 거예요. 그런데 주민들이 도리어 떠나고픈 곳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죠. 제가 꿈꾸고 만들려는 서울시의 모습은 서울시민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는 서울시입니다. 저는 그런 서울시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해왔어요.
공 : 아쉽지만 여기서 너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안 됩니다.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몰릴 수도 있더라고요.
조 : 제가 서울시청에서의 경험과 서초구청에서의 경력을 합치면 서울과 관련된 행정에 10년간 몸담아왔습니다. 제가 특히 크게 아쉬움을 느꼈던 경우가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활동에 참여할 때였습니다. 저에게 효과적 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청 관할이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 : 섣불리 관여했다가는 오지랖 넓다는 핀잔만 괜히 들으실 수가 있습니다.
조 : 경부 고속도로가 서초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속도로 때문에 서초구에서는 소음과 분진, 그리고 공해에 관련된 민원이 오랫동안 끊이지를 않아왔어요. 더욱이 달래내 고개에서 빚어져온 만성적이고 상습적인 교통정체 탓에 발생하는 사회적 간접비용이 연간 수조 원에 육박합니다.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고속도로 건설의 주역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그 정주영 회장이 2층 경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웠겠어요?
그러나 현재는 도로를 2층으로 올리면 소음과 분진과 공해가 되레 더 가중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문제의 해결책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거꾸로 착안을 해봤어요. 하늘로 올라가지 말고 땅으로 내려가자는 발상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교통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건 물론이고 택지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물은 99도까지는 그냥 물일 따름입니다. 섭씨 100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끓어오르며 수증기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99도까지 고민하고 노력해본 정치인들은 여태껏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나머지 1도를 남기고 고민과 노력을 멈추는 게 흔하디흔한 사례였어요. 저는 그 최후로 남은 온도를 책임지고서 끌어올릴 결심입니다. (⑨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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