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서울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서울을 구성하는 개별 기초자치단체들 간에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구청장님께서는 강남권의 대표주자일 서초구에서 성공한 시책과 해법이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과 사회경제적 상황이 완연히 다른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도 효과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은 균형 있게 개발되고 발전해야
조은희(이하 조) : 저는 서초구에서 성과를 낸 사람은 서울 다른 어느 지역에 가서도 훌륭한 업적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의 동서남북 모든 지역에 살아보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결론이 있습니다. 서울은 균형 있게 개발돼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강남이 지금처럼 놀랍도록 발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강북에 자리해 있던 여러 명문 학교들이 정부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 추진했던 ‘영동대개발’ 당시에 강남권으로 새롭게 학교 건물을 지어서 이전해온 일이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영동대개발에서 언급한 ‘영동’은 영등포 동쪽을 뜻한다. 정확히는 현재의 이수교 동쪽의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리킨다.
왜 강북의 명문 중ㆍ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속속 옮겨오도록 유도했느냐? 강남에 새로이 들어설 신도시가 착실하고 지속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고로 든든한 디딤돌로 학교를 생각한 이유에서였습니다.
공 : 정부가 경기고나 서울고, 그리고 경기여고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졸업한 숙명여고 같은 학교들을 강남개발의 킬러 콘텐츠로 생각했다는 말씀이네요?
조 : 예,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전통과 명성을 자랑해온 학교들이 교통이 편리한 강남에 학교 시설까지 현대화되어 들어서니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드니 문화에 대한 수요도 이와 비례해 폭발적으로 증대했고요. 교육, 교통, 문화의 세 가지가 현재의 강남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서울 전역이 균형 있게 발전하려면 강남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발전모델이 서울의 다른 지역들에서도 동서남북의 구별 없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줘야만 합니다. 여기에서 각별히 유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강남의 발전모델을 각 지역의 특성과 현황에 적합하게끔 다양하게 변주시켜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강남의 성공모델을 다른 지역들에 무리하게 일률적으로 적용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를테면 서리풀 원두막은 서울 어디에서든 곧바로 설치가 가능한 시설입니다. 대신에 지역들마다 느끼는 체감적 우선순위가 다른 분야들에서는 지역민들이 생각하는 긴급성과 절박함에 무게중심을 두고서 정책결정을 해나가야만 합니다.
구로구와 금천구를 비롯한 서울의 서남권에서 일차적으로 추진해야만 할 사업은 주거시설의 확충과 개선입니다. 노원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건설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곳곳에 넓은 평지가 발달해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서남권에도 중계동이나 상계동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널찍한 평지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구로 디지털밸리를 가보면 업무지구가 굉장히 발전해 있어요. 하지만 주거환경의 관점에서는 구로공단이 소재하던 시대에서 별로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당 지역에서 새로 아파트 하나만 분양돼도 그 즉시 엄청나게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저는 서울 서남부를 둘러볼 때마다 아쉬움이 듭니다. 이곳은 웬만한 신도시 못잖은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변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입지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인근의 디지털 밸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우수한 주거지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고도 넘치는 동네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공간을 오랫동안 방치해오다시피 해왔습니다. 저에게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구로구와 금천구에 고집스럽게 임대주택만 지으려는 정책입니다.
공 : 임대주택이 많아야만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계속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뚝을 박아놔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구로요.
조 : (화난 목소리로) 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염두에 두고 주택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치인도 못되는 정치꾼들에 불과합니다. 저는 시민들의 전반적 주거복지를 특정 정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희생시키는 짓이야말로 단순히 정치를 엉망으로 하는 정도의 차원을 뛰어넘어 주민들에게 크나큰 죄를 짓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서울 서남권에는 괜찮은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동북권에는 뭐가 부족하냐? 일자리가 아주 크게 부족합니다.
공 : 강남과 구로가 다른 건 몰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을 담당하는 회사들이 많은 것 한 가지는 똑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살아봐서 알지만 서울 동북부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매우 드물어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그곳으로 들어오지를 않거든요.
조 : 그렇죠. 가도 가도 눈에 보이는 건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들뿐입니다. 제가 수락산으로 가끔씩 등산을 가는데,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파트의 망망대해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어떤 기현상이 빚어지느냐? 이건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잘 아시는 일상적 사태일 거예요. 당고개역에서 4호선을 타고서 시내 방향으로 들어오다 보면 동대문역에 이르기까지 승차하는 사람만 있지, 하차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동대문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승객들이 전동차에서 내립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요? 직장이, 일터가, 일거리가 동대문에 와야만 비로소 하나둘씩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전체의 현안들을 다루는 대목에 이르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답변은 서울의 동서남북을 종횡무진으로 관통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인터뷰 시간이 넉넉했다면 그는 필자를 당장 자동차에 태우고서 구로와 동대문을 차례로 들른 다음 서울 북단인 상계동까지 갈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조은희는 안철수 국민의의당 대표를 누리꾼들의 용어로 느닷없이 극딜함으로써 정책에서 정무로 순식간에 워프하는 발 빠른 정치적 기동력을 발휘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으로 국민을 편갈라
조 : (약간은 분개한 어조로) 안철수 대표께서는 안랩부터 즉시 노원으로 이전해야 맞는 것 아닌가요? 자신이 노원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면 그 즉시 안랩 사무실부터 상계동으로 이전하도록 힘을 썼어야죠.
공 : 흐흐흐흐흐…. 구청장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내용 인터뷰에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조 : 당연히 그러셔야죠.
공 : 그런데 안철수 대표도 나름 항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은 주주일 따름이지, 회사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는 논리입니다.
조 :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랩을 옮기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재단이라도 노원으로 갔어야죠?
공 : 동그라미재단을 의미하시는 건가요?
조 : 예. 안철수 대표께서는 봉사와 헌신을 항상 도드라지게 강조하셨습니다. 봉사와 헌신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행동으로 실천해야만 합니다. 일머리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정치에서는 상징적 가치가 중요한데, 이러한 상징적 가치에서조차 안철수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들과 서울시민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여전히 주고 있지 못해요.
조은희 청장은 스스로를 일머리가 뛰어나다고 자평하고 있었다. 안철수 대표를 겨냥한 조은희의 맹폭을 직접 관찰한 필자가 판단하기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치머리 또한 여간해서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저는 서울 동북부 지역의 미래는 창동과 홍릉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바이오 특구로 조성해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만약 서울시장이었다면 ‘디지털 바이오 부시장’을 임명한 다음에, 창동에서 홍릉으로 연결되는 바이오 특구를 자리를 걸고서 책임지고 육성하라고 신신당부했을 겁니다. 저는 서울 동북부 지역의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이 바이오와 디지털의 과감하고 창조적인 융합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남이 발전하고 번영하는 곳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서울 모든 지역에 강남스타일을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이식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별화된 방식을 채택해 응용시켜야 합니다. 서대문과 은평구로 구성되는 서울 서북부 지역의 경우도 지역의 절실한 현실에 걸맞은 특화된 발전전략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지역의 최대 현안이 뭐겠어요? 고질적인 심각한 교통난입니다. 서울 서북부에서 서울시내의 다른 곳으로 출근하거나 통학하는 시민들께서는 현재는 아침마다 부아가 치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공 : 서울지하철 3호선 타고서 은평구 끝자락에 처음 가본 사람들은 무슨 마법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하철 노선이 편도거든요. 일제시대에 증기기관차 운행하던 시골 기찻길도 아니고….
조 : 서울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염원은 신분당선이 그곳까지 연장운행을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왜 신분당선이 강남까지만 가고 말았겠어요. 수익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신분당선이 서울 서북부까지 연장이 되어도 수익성을 담보시켜주는 방안들이 여럿 있었다는 점입니다. 투자한 비용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비용편익 비율(Benefit-Cost Ratio)이 1이 넘어야 보통은 사업에 착수하곤 합니다. 때로는 0.9에도 시작하는 사례가 있고요.
신분당선의 서울서북부 연장 사업의 BC는 거기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끌어올릴 대안을 어렵지 않게 강구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러면 서울 서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계신 시민들의 숙원인 신분당선의 노선연장을 더욱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주거, 교통, 일자리는 서울시민의 삶의 질의 수준을 좌우하는 3대 핵심 요소들입니다. 여기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건축 활성화가 불가피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대처하고 접근할 작정입니다.
공 : 재개발과 재건축 억제는 문재인 정부의 중심적 국정기조입니다. 그 탓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계속 막으려고 시도해왔어요.
조 : 저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기조를 처음에 잘못 설정한 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정책과 과학의 시각에서 다루지를 않았습니다. 정치와 이념의 잣대로 밀어붙여왔습니다. 그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으니 이후에 단추를 24번을 다시 고쳐 끼워도 단추가 제대로 잠가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집을 가진 사람은 보수이고, 집이 없는 사람은 진보라는 무척이나 도식적이고 교조적인 편향된 관념에 빠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자기편 숫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정략적 수단으로 임대주택만 열심히 짓고 있어요. 정말 웃긴 일은 문재인 정부 사람들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 본인들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자기네가 국민들에게 부지런히 권유하고 추천하는 임대주택에 정작 자신들은 절대 살려고 하지를 않아요.
공 : 내로남불의 화신인 강남좌파이니까요. 서초구 관내에도 때마침 한 분 살고 계시고요.
조 : 현재 서울시의 전체 가구 숫자가 390만 가구입니다. 그중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비율이 무려 6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도 코로나 사태 재난지원금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지급했어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행정이 얼마나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여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이었습니다. 임대주택만 계속 짓게 되면 1~2인 가구는 실제 전용면적이 4~5평에 지나지 않는, 경우에 따라선 닭장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몹시 좁은 집에서 대단히 불편하게 생활해야 합니다. (⑦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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