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양극화의 유혹’을 이겨내야

장진영 위원장은 극단주의에 극단주의로 맞서는 전략은 승산 없는 선택이라 진단했다. (사진 김한주)

장진영(이하 장) : 지역구에 와보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불만이 큰 당원들이 많았습니다.

공희준(이하 공) : 왜 싫다는 거지요? 김종인 위원장이 없었으면 국민의힘은 폐가 수준을 넘어 거의 흉가가 됐을 게 뻔합니다.

장:태극기부대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태극기부대와 함께 가야만 한다는 요구였습니다.저는 이러한 현상을‘양극화의 유혹’이라고 개념규정을 하고 싶습니다.

공 : 양극화의 유혹이라?

장 :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폭주기관차처럼 위험한 질주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형국입니다. 일부 당원들이 여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처럼 마구 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공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처럼, 폭주에는 폭주로 맞서자?

장 : 이성을 중시하고 합리만 추구해봤자 알아주는 국민이 없다는 시각입니다. 맞불작전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신사적으로 여당과 선의의 정책경쟁을 벌이면 야당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발휘할 수 없다는 게 강성 당원들의 견해입니다. 저는 양극화의 유혹에 포획당한 분들의 입장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합니다. 심정적으로는.

공 : 저도 추미애 법무장관이 왜 저러게 심술궂게 국민밉상으로 변했는지 심정적으로는 이해합니다. 심정적으로는.

장 : 그렇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더 냉정하고 냉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일정한 규모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해왔습니다. 따라서 각급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간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스윙 보터(Swing Voter), 즉 부동층의 표심을 잡아야만 합니다. 대책 없이 극단으로만 치달아서는 중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는 이미 국민의힘 안에 넓고 깊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당장은 미적지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화끈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김종인 위원장의 노선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효과적 방도이자, 당을 확실하게 수권정당으로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공 :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의 소신대로 소위 공정거래 3법도 지체 없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겠네요?

장 : 원론적 방향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맞습니다. 단,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께서는 본인이 여태껏 여러 정권과 정치세력에게 차례로 이용만 당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저는 결국에는 이용만 당하고 마는 한계를 이번에는 김 위원장께서 꼭 넘어주시기를 진심으로 염원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김종인 평생의 꿈

공 : 김종인 위원장이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사셨다는 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그와 같은 단계를 거치며 김종인의 몸값이 대단히 커졌습니다. 착실하게 체급을 올리고, 꾸준하게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장 : 저는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갈증이 있다고 봅니다. 김종인의 확고부동한 원칙과 신념은 잘 알려진 것처럼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력 정치지도자들을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나중에 보니까 한결같이 선거공약에 들어가는 장밋빛 청사진 용도로만 경제민주화가 요긴할 뿐이었습니다.

공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30대 중후반의 소장파 경제학자 내지 경제정책 전문가라면 제가 방금 하신 분석에 기꺼이 수긍하겠습니다. 하지만 김종인은 여의도 정치판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입니다. “나도 속았다”며 억울한 표정으로 비명만 지르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오랜 경륜을 갖고 있습니다.

장 : 저는 김종인 위원장의 논리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공:저는 동의 안 하는 입장입니다. (웃음)

장 :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기필코 현실에서 이뤄내고픈 필생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는 현재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가 제도권 정치에서 아직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탓입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과거의 실패한 전철을 이번에만은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정거래 3법이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되려면 일차적으로 야당 안에서 김종인을 지지하는 세력이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그러한 세력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상의 제약이 따름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비대위원장 임기가 내년 4월까지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에 조속히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지 못하면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자칫 공중에 붕 뜰 수도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공 : 지지기반이라는 게 김종인 개인을 따르는 세력을 의미하나요?

장 : 정책에 대한 지지층을 확장하라는 뜻입니다. 그러자면 반대자들과 소통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저는 다름 아닌 대화하고 설득하는, 절충하고 양보하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체라고 믿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지점은 특정 개인의 성패가 아닙니다. 성숙한 민주적 토론과 설득이 우리 당 안에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공:강경 보수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설득하고 안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장 : 그분들을 설득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수반돼야 합니다.

공 : 그래도 설득되지 않으면요? 태극기도 모자라 성조기에 더해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들고서 기를 쓰고 광화문 광장으로 꾸역꾸역 몰려가는 사람들이 과연 설득이 되겠습니까?

장 : 김종인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할 때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한데 실제로 전국위원회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해봤더니 그의 임명에 찬성하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다수였습니다. 저는 현재의 실재 양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 : 김종인 비대위 체제 반대파가 소리만 요란했지 실체는 부실하다는 거네요.

장 : 그렇다고 봐야죠.

예능형 정치인이 어때서

장진영 당협위원장은 예능형 정치인에 대한 평가절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가외의 질문을 하나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연재 변호사 아시죠? 저도 공식적 회의석상에서 몇 번 만나본 적은 있습니다.

장:압니다.

공 : 강 변호사가 급기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한테까지 갔습니다. 주화입마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변고입니다. 강연재 변호사 정도면 한국사회에서는 출세한 엘리트 계층에 속합니다. 그런데 요번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매우 이해하기가 어려운 극단적 선택을 불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딜레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까닭에 상승세가 확 꺾이고 말았습니다. 정상적인 사고구조를 지닌 사람이라면 가까이 하려고 들지 않을 전광훈 목사의 대변인 역할을 강연재 변호사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임하고 나선 것일까요? 한마디로, 홧김에 그런 걸까요?

장 : 강연재 변호사는 법률가인 동시에 정치인입니다. 자기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인물에게 이끌리는 게 그의 처지에서는 인지상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바꿔 말씀드리자면 이는 그가 예전에 몸담은 정치집단에서는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공 : 인정욕구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강연재 변호사는 이른바 주요 정당에서 공천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공천받은 사람의 숫자와 견주면 공천 한번 받아보지 못한 인사들의 숫자가 그 몇 배는 됩니다.

장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강연재 변호사의 정치적 후견인 노릇을 해줬는데, 지금은 홍준표 전 대표부터가 소속 정당이 없습니다. 그러니 강연재 변호사는 본인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습니다.

공 : 동일한 홍준표 키즈라도 배현진 의원은 홀로 서기에 성공했습니다. 분노가 아닌 화를 동력과 자양분으로 삼아 정치를 하는 분들이 여야와 진보를 막론하고 여럿 보여서 이 주제를 뜬금없이 꺼내봤습니다.

대화는 바야흐로 마지막 문답으로 접어들었다.

공:위원장님께서는‘예능형 정치인’으로 분류되고 계십니다.

장: (정색하며)제가요?

공 : 요즘 대세가 테스형, 즉 소크라테스입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예능형 정치인에서 철학형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욕망 또는 당위를 절감하지 않으시나요?

장:훌륭한 예능형 정치인으로 대성하자는 게 저의 철학입니다. (웃음)

공 : 예능은 나의 철학이라는 말씀, 테스형도 무릎을 치게 할 현답이었습니다. 제가 더 이상 말꼬리 붙잡고 늘어질 여지가 없겠네요. (웃음)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