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소외지역에 조성 예정이었던 ‘강북횡단선’ 등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이는 가운데 서울시가 수도권 철도사업 신속 추진을 위해 교통분야 예비타당성 조사 개선방안을 정부에 대대적으로 9일에 건의했다. 변화하는 교통환경에 걸맞은 수도권 철도 인프라를 확보해 시민편의를 높이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예비타당성조사’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국가재정법 제3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도로, 철도 등 재정사업에 대해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항목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3가지로 구성되는데 서울시 사업은 2019년 5월 제도 개편 이후 ‘지역균형발전’을 제외한 ‘경제성(B/C)’과 ‘정책성’ 항목만 평가만 받고 있다.
현 제도상 수도권 도시철도 사업은 경제성 평가 비중(60~70%)이 비수도권(30~45%)에 비해 과도하게 높고 서울 내 저개발지역의 지역균형발전 효과 등의 항목이 반영되지 않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 과도한 경제성평가 비중 문제가 있다. ’19년 5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사업에 대한 평가항목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제외되면서 ‘경제성’이 예타 통과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많은 비용 소요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 교통(철도)분야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관내를 통과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과 철도 접근성이 열악한 ‘강북횡단선’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목동선’과 ‘난곡선’은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수도권 지역의 토지보상비 등 비용은 비수도권에 비해 급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특수성(혼잡도 완화, 여가시간 가치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편익산출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낮은 한계가 있다.
도시철도가 없는 서울의 저개발 자치구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시에도 ‘지역균형발전’ 항목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행일상권과 중·소 생활권의 중요성 확대 등 최근 도시계획 추세를 반영해 서울이 하나의 평가 단위가 아닌 자치구별로 평가 단위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서울시는 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과도한 ‘경제성’ 평가 비중 등 수도권에 불합리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학술용역, 대토론회, 전문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에 관한 정부 건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예타 제도 개선안의 정부 건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는 ’23년 8월~’24년 2월까지 ‘서울 균형발전 가속화를 위한 경제성 모델 개선 학술용역’을 실시해 기존 편익 재평가 및 신규 발굴 편익을 제시하고 도시철도 4개 노선(목동선, 난곡선, 면목선, 강북횡단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또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관련 학계·민간 전문가와 5회에 걸친 자문회의를 개최해 개선 및 실현 방향도 논의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해 심도있는 토론을 펼쳤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했다.
지난 6월 20일에는 ‘수도권 3자 협의체 회의’를 열고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향후 필요 시 수도권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마련한 정부 건의안에는 ▴종합평가 항목별 비중 조정 ▴신규 편익 발굴 및 기존 편익 개선 ▴서울 내 지역균형발전 효과 평가 등 크게 3개 분야 개선내용이 담겼다.
첫째, 수도권 지역 ‘경제성’ 평가 비중을 현 60~70%에서 50~60%로 하향하고 ‘정책성’ 평가 비중을 30~40%에서 40~50%로 상향할 것을 건의했다. ‘경제성’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수도권 도시철도 특성상 경제성 비중이 축소되고 정책성 비중이 늘어나면 종합평가 점수가 높아져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째, 경제성 평가시 반영되는 편익 가운데 ‘혼잡도 완화’를 신규로 추가하고 기존 편익 중 ‘통행시간 절감’은 재평가해 달라는 요청이다. 비용 대비 부족한 편익을 개선해 ‘경제성’ 항목 점수 상승이 기대된다.
신규 편익항목으로 요청한 ‘혼잡도 완화’로 인해 시민 안전과 쾌적성, 만족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혼잡이 덜한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평균 추가 지불 용의액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또 기존 편익 항목 중 통행시간 절감 편익 항목에서 비업무 시간(여가) 부분이 늘어난 여가통행량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어 ‘여가 목적 통행량 가치’의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여가 목적 통행량이 높은 서울지역 적용시 기존 편익대비 개선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4개 철도사업에 변경된 편익 항목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혼잡도 완화 편익은 3.84%, 통행시간절감 편익은 1.9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철도사업 파급효과’와 ’19년 이후 수도권 평가항목에서 제외된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정책성’ 평가 시 특수평가 항목으로 적용할 것을 건의했다. 철도사업으로 기대되는 편익이나 예비타당성조사 시점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장래가치 등 지역개발 파급효과를 편익에 적용할 경우 ‘정책성’ 점수가 높아져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가능성 또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평가항목으로 건의한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자치구 단위로 지역낙후도, 도시철도 취약성 및 접근성을 고려해 가점으로 환산‧반영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정비사업의 경우 인구증가와 교통수요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시계획 승인 이전 단계라도 예비타당성조사 시 개발 효과에 반영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는 중앙정부 주도의 실현가능성이 높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택지개발계획, 도청 이전 등의 경우에 한정해 실시계획 승인 이전 단계에 시나리오 분석 등을 통해 효과를 반영 중이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한 현 예타 제도는 서울의 도시경쟁력이나 서울 내 저개발지역 자치구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 평가 도구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이번 정부 건의안을 토대로 예타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서울시는 물론, 수도권 도시철도 인프라 확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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