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자본주의(capitalism)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1666년 9월의 어느 날 영국 수도 런던.

시내 중심가의 런던대교 바로 옆에 자리잡은 빵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옮겨 붙어 5일 동안 런던 시내 가옥의 80% 가량을 전소시켰다. 그 유명한 '런던 대화재(Great Fire of London)'이다.

화재 원인으로는 때마침 건조한 강풍이 불었고 런던의 건물과 가옥이 목조였다는 점이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영국에 자본주의가 처음으로 발흥하면서 런던 인구가 25만명으로 불어난 것에 있었다. 영국인들은 이때 처음으로 자본주의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내재돼 있고 여기에 대비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같은 배경으로 화재 발생 수개월 후 치과의사 니콜라스 바본(Nicholas Barbon)이 국왕 명을 받아 화재보험사무소(fire office)를 열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보험상품에 런던 시민들은 앞다퉈 가입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화재보험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