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김남금 ]

‘-주의’, ‘-주의자’란 단언적 표현을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 -주의나 -주의자란 말에는 결연한 의지와 결심이 들어있다.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 때로는 의지가 가득한 결연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마음을 굽히지 않고 확신에 차서 과연 살 수 있을까? 삶은 불확실의 연속이고, ‘우연한 선택’의 집합이다. 크고 작은 선택이 모여 마치 의지의 망토를 두른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정신 차리면 우연한 선택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인도한다고 믿는 편이다. 이 우연에는 물론 나의 선택이 스며있지만 말이다.

‘나는 오십이 되겠어, 팔십까지만 살 거야’라고 아무도 결심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오십이 되고, 팔십이 된다. 어린아이 때야 어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하고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만, 성인이 되어 일부러 나이를 먹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비혼으로 사는 것도 나이 먹는 것과 비슷하다. 돌이켜 보면 ‘결혼은 절대 안 하겠어. 비혼주의자로 살 거야.’ 하는 굳게 결심한 적은 없다. 선언 따위도 한 적 없다. 이성을 만나고 사귀며 헤어지기 싫어서 앞뒤 안 재는 격한 감정에 빠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결혼 후 생활에 대해 또래들보다 비교적 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는 내 진로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는 마음이 시킨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