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교사가 된지 어느새 11년이 다 되어간다. 자기계발서에서 숱하게 들은 말 중에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으로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10년하고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난 좌충우돌 중이다.

햇병아리 시절에는 초보니깐 좀 서툴러도 괜찮아라는 자기방어제가 있었다. 작은 시골학교에 첫 발령이 나서 10명 안팎의 아이들과 오순도순 학급살림을 재미있게 꾸려갔다. 시골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처럼 거칠지도 않았고 왕따니 학교폭력이니 무시무시한 말을 입에 올릴 일도 없었다. 그 곳에서의 4년이 너무 안정적이었던 걸까. 도시로 나온 5년차에 난 무너지고 말았다. 도시에 첫 발령 났다면 남들은 새내기부터 겪었을 부침을 나는 5년차가 되어서 처음 겪게 된 것이다. 학급에는 내 말이든 다른 선배 교사의 지시든 불응하는 막강한 아이가 있었고 여자아이들은 지난 시간부터 이어져 온 왕따, 은따 문화가 성행했고 무기력하거나 폭력적인 남학생들부터 사소한 걸 트집잡으며 사사건건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들까지. 사상 최대의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