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신치 ]

1998년 가을 그리고 겨울

집에서 중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10 정거장 남짓 되는 거리였는데 이 버스가 거쳐가는 학교가 많았다. 중고등학교만 적어도 5개 이상이라 학교 가는 길 버스 안은 늘 색색깔의 교복으로 가득 찼다. 드라마 ‘프로포즈’에 나온 배우 원빈의 인기가 한창 높을 때였는데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버스 안에서 모든 여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던 원빈 닮은 오빠가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힙합 바지에 이어폰을 끼고 까만색 크로스백을 매고 다녔다. 우리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첫 번째로 지나가는 학교였고, 그 사람이 내릴 때는 버스 안의 모든 여학생들의 눈동자가 그이를 쫓았다. 나도 수많은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이 사람과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내 삐삐 번호가 적힌 쪽지를 버스에서 그의 엉덩이 쪽에 걸쳐져 있던 크로스백에 쑤욱 밀어 넣었다. 매일매일 ‘오늘은 연락이 올까’ 틈만 나면 응답 없는 삐삐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