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결혼하고 한 십 년쯤 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적이 있다. 바로 내가 족발을 무지 좋아했었다는 사실이다. 족발을 싫어하는 남자랑 한 십 년 넘게 살다 보니 내가 족발을 좋아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나의 고통이었으면 이렇게 잊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함께 맛있게 먹을 것들을 찾고, 서로 좋아하는 곳을 바라보다 보니 나만 좋아하던 것을 놓는 것들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만큼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육아도 딱 그런 것 같다. 육아의 시간이 너무 좋아서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온 시간이었다. 아니 너무나 소중한 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엄마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쏟아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육아에 폭 빠진 듯 아이들과 놀다가도 내 가슴 깊이에서 소란하게 날개 짓하는 소리가 들렸다. 파닥거리는 그 날개들을 잠재우느라 며칠 마음이 혼자 벅찬 날들이 때때로 찾아왔다. 잊을만하면 꿈속에서 아이들을 활기차게 가르치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나를 만났다. 일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까마득히 잊고 있는데, 너무 생뚱맞은 꿈이다 싶으면서도 내 무의식에서 말하는 갈증들을 대면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더디 크는 것 같은데 나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활발히 일하는 꿈속의 여인은 아련히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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