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혜령 ]

어릴 때는 세계지도를 보면서, ‘모든 나라를 다녀본다는 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렵지 않게 그것이 실현가능한 일임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쯤이었다. 신문을 통해서 '일주일만에 유럽 5개국 정복' 과 같은 패키지 여행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식이면 시간과 돈만 있으면 세계일주 거뜬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시간과 돈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여행은 땅따먹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루마블'게임처럼 가본 나라와 도시가 많을수록 내 만족감이 높아지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잠 많고 체력도 부실한 나같은 여행객에게는 긴 후유증만 남을지도 모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서 ‘역시 집이 최고야’하는 소감으로 여행후기를 대신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흥미로운 경험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일은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