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서른여덟, 독박 육아 시기 친정엄마가 농도 깊게, 자주 생각났다. 그 시기가 내게 힘든 시기라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엄마와 나의 동년배의 나이 때문이었다.

내게 독박 육아의 시기는 치열하고도 꽤 길었다. 내가 서른여덟인 그 해는 셋째까지 태어나 다둥이 육아에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지만 마음과 몸의 고단함을 남편과 대화로 풀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남편 또한 그것을 받아 줄 여력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오는 시간은 거의 매일 새벽 한 두시였고 거기다 프로젝트 마감이 임박하면 집에도 못 오고 회사에서 간이 잠을 자야 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주말, 휴일이 없는 때도 많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남편도 나도 참 최선을 다하는데도 삶은 수월치가 안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만약 그 시기 남편이 정시 퇴근을 해서 여섯 살, 네 살 그리고 한 돌이 안 된 딸과 알콩달콩 단란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쩌면 엄마를 향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더 둔탁했을지도 모른다.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