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그 해 겨울바람은 매섭게 느껴졌다. 시린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허사였다. 마음은 공허했고, 생각은 혼란스러웠다. 든든하게 힘이 되었던 온갖 믿음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좋은 결과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외침이 몇 해의 종이 쪼가리 시험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고, 결국 소멸했다.
그렇다 그것은 시험을 준비했던, 그리고 실패하고 좌절했던 필자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부터 간절히 그려 왔던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하기 위한 사명, 청운의 꿈을 위한 시험, 그 결과는 내게 쓰라린 상처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주변 동기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을 만큼,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시기부터 신림동 고시촌에 방을 얻어 강의를 들으며 컵닭을 씹으며 다시 고시원에 들어왔다. 이른 시기부터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결국 이룰 꿈을 이룬다는 생각에 가슴 뛰었고 설렜다. 그리고 2년간의 군 생활에서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해는 부족했지만 간간이 기본서들을 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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