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라는 회사가 파산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도체’라는 이름에 마음이 끌렸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핵심인 반도체 사업이 우리 민족에게 딱 들어맞는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74년 한국반도체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비를 털어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한국에서 반도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음에도 이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미래 먹거리를 위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가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밀어붙였다. 그는 한국이 젓가락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손재주가 좋고, 해외와는 달리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등 청결을 중시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반도체 산업은 미세한 작업이 요구되고 고도의 청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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