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신문사 등을 일컫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주간지 ‘시사인’에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유튜브’가 꼽혔다. 전년 같은 조사에서 12.4%로 2위를 차지했는데, 작년엔 13%로 모든 기성 언론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11.4%를 얻은 네이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2019년 11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여타 미디어와 차별성이 없는 기사의 수준, 즉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하고 정치적 편향, 진영 논리에 따라 스스로 가짜뉴스와 왜곡된 뉴스를 직접 생산해내는 한마디로 ‘질 낮은’ 뉴스의 공급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질 낮은 뉴스는 지난달 만기 출소해 안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두순 관련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언론들은 출소하는 순간부터 조두순을 ‘보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두순이 첫 외출로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는 가사가 포털을 도배했고, 이달 8일엔 그가 복지급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복지급여 신청 관련 기사들을 보면 ‘흉악범에게 세금을 지원하지 말라’는 식의 논조가 이어진다. 이를 통해 언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가 가진 헌법상의 기본권을 박탈하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 없이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 전달한다면, 클릭 수를 유도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을 선동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뉴미디어가 비판받는 지점을 레거시 미디어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기성 언론은 사적인 사안을 공적인 주제로 확장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의 신상에 초점을 맞춘 취재는 지양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공적인 사안을 개인적인 부분으로 축소 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개인(권력자를 제외한)에 대한 비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는 단언컨대 없다. 갈등을 부추겨 사회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언론은 개인이 아닌 사회 현상을 다뤄야 하며, 그것이 ‘뉴미디어’라고 불리는 부류와의 차이여야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 칼럼에서 조두순을 둘러싼 온갖 보도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 대해 “반드시 함께 거명되는 그 피해자, 여전히 ‘나영이(가명)’라 불리는 사람”을 우려하며,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잊혀질 권리”라고 밝혔다.
또, 이수종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간된 ‘언론중재’ 겨울호에서 “언론은 국가의 처리 과정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방향에 집중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 출소 관련 보도가 가져올 당사자의 인격권 침해 문제 관련 논의는 부족하며 이 문제를 다룬 언론계 미디어비평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두순 관련 언론 보도에는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와 출소자의 기본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내놓는 ‘질 낮은 뉴스’가 뉴미디어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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