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한항공의 건전·윤리 경영감시자 역할을 약속한 산업은행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강간미수)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법원이 대한항공에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는 조정 결과를 내렸다. 이는 대한항공 내 성폭력(강간미수) 피해조합원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결과다.

29일 공공운수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하 조정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법원의 ‘전수 실태조사’ 조정 결과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 업체를 위임해 회사 내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그 조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실태조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위 조사 업무를 위임할 외부 컨설팅 업체의 선정은 피해자 A와 대한항공이 합의해 진행해야 한다.

이번 조정 결과에 대해 노조는 “대한항공은 위 조정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라며 “대한항공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전수 실태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A씨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본지 기자와 연락을 통해 이번 조정 결과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실태조사는 조정 진행 중 회사에 대해 제일 안타까웠던 부분”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되묻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정 결정으로 뒤늦게나마 회사가 진정성 있게 조직 내 성희롱 실태조사와 대응책을 만들어 성범죄 없는 좋은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대한항공의 무책임한 성비위 사건 대응에 책임을 묻기 위해 가해자와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A씨는 소송과정 중 조정을 통해 ‘대한항공 내 성폭력, 성희롱 전수 실태조사를 약속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성희롱·성폭력 전수조사’ 실시 조건으로 대한항공 내 성폭력 기사에 대한 언론 보도 정정과 노조 활동을 중단하라는 조건부 조정안을 제시했다.

한편, 대한항공이 이번 조정안에 대해 2주 이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재판으로 다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