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수도권에서 나온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이 인천 서구 백석동 쓰레기 매립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영선 기자)

‘쓰레기는 또 다른 자원’ 문구가 새겨진 덤프트럭이 인천 서구 백석동 일대에 먼지를 흩뿌리며 쓰레기 매립지 방향으로 속속 들어갔다. 트럭에는 경기 평택시, 경기 고양시, 서울시 노원구 등 수도권 각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서는 관문인 인천 서구 백석동 195-4번지 왕길고가교 네거리는 쓰레기 차량과 주변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흙과 폐기물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한 대 섞여 소음과 진통, 먼지의 대향연이 펼쳐졌다. 육교 주변은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각종 쓰레기와 먼지가 수북이 쌓여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쌓인 먼지는 차량이 지나가면서 다시 날려 도심 속으로 퍼지고 사람의 폐로 들어갔다.

현 쓰레기 매립지 3-1공구는 2025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쓰레기 매립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말이 없다. 혐오시설을 새롭게 조성하는 무리수를 둬 지역 민심만 악화시키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함구하고 2025년 종료 계약이 파기돼 자동연장만을 기다리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한 듯하다. 무대응이 최고의 대응인 셈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보다 못한 인천시가 쓰레기 독립을 선언했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일대에 ‘에코랜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친환경 쓰레기 매립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경기·인천의 66개 시·군·구 가운데 경기 연천군과 인천 옹진군의 쓰레기는 현 수도권 매립지로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옹진군 쓰레기는 옹진군이 처리했는데 하루아침에 인천 쓰레기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영흥면 주민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쓰레기’ 하면 난지도가 떠오른다. 7-80년대 수도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대규모 매립지가 조성됐다. 1992년 포화상태가 되면서 서울은 수도 밖으로 쓰레기를 보내기 위해 인천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조성된 곳이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제1·2·3 매립장이다.

제1매립장은 1992년부터 2000년 10월까지 운영돼 지금은 드림파크골프장으로 변모했다. 잔디 아래 쓰레기가 묻혀있다. 그 후 8년(2018년) 동안 제2매립장에 쓰레기를 직매립했고 제2매립장이 포화될 것을 우려해 2015년 6월 현재의 3-1공구가 추가 조성되면서 2025년까지 이곳을 사용하기로 4자 협의체(환경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에서 합의됐다.

2015년 6월 28일 만들어진 4자 협의체 최종 합의문에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잔여 매립부지 중 103만㎡ 규모의 3-1공구를 사용하고,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확보 추진단을 구성·운영하여 대체매립지 조성 등 안정적 처리방안을 마련한다’고 돼 있다. ‘단, 대체대립지 조성이 불가능하여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문으로 환경부·서울시·경기도는 뒷짐을 쥘 수 있게 됐고 인천은 쓰레기 독립을 선언한 이유가 됐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매립지 조성에 7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현 수도권매립지 종료가 4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뒷짐만 쥐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4년은 금방 지나간다.

지난 2018년 매립을 종료한 제2매립장. 잡초 사이사이에 매립가스 포집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이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