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담스러운 선물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이미 선물의 의미를 잃고 있음이리라. 선물이란 모름지기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기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 오래된 선물 중 수필가 ㅂ선생으로부터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었다. 하나는 고은(高銀)의 이고, 또 하나는 이태준(李泰俊)의 수필집 이다.

에 대해서는 ㅂ선생께서 쓰셨던 '쌀 한가마니 값과 맞바꾼 수필의 정수'라는 수필을 이란 잡지에서 읽고 1941년도에 출간되는 바 있는 이태준의 수필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수필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나는 이태준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월북 작가라 하여 우리의 입에 오르내릴 수 없던 상당한 기간 동안 더러는 잊혀지고 더러는 언급도 되지 않아 젊은 층들은 아예 모를 수도 있는 이름이었다.

나는 1988년 이태준의 가 창작과 비평사에서 재출간(1949년 초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자마자 그걸 샀었다. 문장이 무엇인가를 참으로 쉽고 명확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를 단숨에 읽고나자 이태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발동했지만 분주한 삶의 현장에서 쉽게 그런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