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2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을 ‘임시 체험’했던 시간이.
눈을 검은 천으로 감싸고 감각에만 의존하여 걸었던 5분은 다섯시간처럼 길었고, 우여곡절 끝에 천을 풀고 본 길들은 상상처럼 거칠지 않았다. 나무와 흙 바닥, 돌… 그다지 낯설지 않은 눈 앞의 상황은 오히려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이구나. 시력마저 좋아 ‘소머즈’로 불리던 아이는 그 찰나의 감각이 이후로도 내내 잊히지 않았다. 그 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글 쓰는 사람이 되면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말풍선이 마음 한 켠에서 툭 떨어졌다.
시간이 오래 지나 나는 캐나다로 이민을 다녀왔고 책을 3권 쓴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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