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희 제주시 용담이동 주무관

올해 생존 희생자 및 유족들의 최대 이슈는 단연 보상금 문제일 것이다. 보상금 청구권자 적격 여부, 희생 유형에 따른 보상금액 및 구비서류, 보상금 신청순서 확인 등 안내할 사항이 너무 많아 이 지면을 모두 할애해도 부족하다. 본격적인 신청접수는 6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미리 가까운 읍면동이나 시청 4.3지원팀, 도청 4.3보상지원팀에 문의하여 보상금과 관련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혹자는 제주4.3사건 유족들이 희생자를 신고하는 이유가 단지 보상금에 혹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면 되묻는다. 우리의 순박한 아버지, 오라비가 반체제, 반역의 동조자라는 오명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총칼로 죽창으로 죽어갔는데, 그걸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잘못이냐고! 그리고 묻고 싶다. 탄압과 착취, 굴욕을 안긴 일제 치하를 벗자마자 주변 형세가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하는 그런 총체적 위기 속에서, 오히려 단결했을 법한 위정자가 왜 4.3사건 같은 단절을 선택했냐고! 반체제란 오인을 받은 제주도민 그리고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철저한 분쇄를 겪었다.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이룩한 인간성의 토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고귀성은커녕, 상식조차 폐기되고 말았다. 아비규환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아무도 당당히 선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재와 군부가 종말을 고하고 21세기가 우리 앞에 펼쳐질 때, 비로소 4.3의 진실이 지평선 위로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많은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으면서 여기에 이른 우리 민족을 진정 존경한다. 그러나 단군 조선 이래 기득권을 가진 자의 옹졸함은 결국 패했다. 4.3 그리고 6.25 내전! 기득권 다툼이 민족의 결속과 통일을 방해했고, 우리를 가장 무력하게 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