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미사에서는 시작할 때 ‘참회의 기도’를 한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지은 자기성찰로부터 하느님과의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 말로 드러나고 말은 행동으로 드러나기에 하루 동안에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되짚어 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자기 객관화’를 수련할 수 있는 좋은 예식(禮式)이다. 자기를 객관화하는 능력은 한 인간이 얼마나 성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척도다.

우리 사회는 지금 모진 진통을 겪고 있다. 과거의 부와 권력을 누리던 기득권 보수 세력들과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진보세력의 줄다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수는 수구에 가깝고 진보는 어정쩡하다.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라는 말은 여러 영웅이 각 지역을 차지하고 서로 세력을 다투는 시대를 말했지만, 정작 지금 우리에게 영웅은 찾아보기 힘들고, 표리부동한 이들의 ‘할거(割據)’로 시민들은 촛불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