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있던가, 작년 겨울은 주말마다 부안에만 내려가면 눈이 내렸다. 부안은 다설지역으로 가끔씩 폭설이 쏟아지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비는 지나가고 눈은 쉬어간다는 고향 들판에 쉴새없이 내리는 눈의 두께가 눈 덮인 들판 위에 점점 높이 쌓여져만 간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을 뚫고 유등재를 지나 곰소로 향하는 길 양쪽의 남포리 풍경을 보면서 나의 얼굴이 화사해진 것은 들판의 눈을 보며 잊었던 옛 추억과 꿈,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인 듯하다. 무릎까지 들어찬 눈길을 헤치고 논과 길이 구분이 안되는 곳을 뛰어다니며 스케치하면서 이 풍경의 감동이 오래 간직할 수 있다면 나의 미래, 즉 노후의 예술적 감정의 선이 더욱 깊어질 테니까 말이다.
눈꽃들이 하루를 마감하며 눈꽃을 오므리기 전에 다시 한번 눈맞춤하러 곰소 바닷가에 나가 소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잃고 살아가고 나에게 고향의 설국은 나의 가슴을 넉넉하게 품어주었다. 눈은 점차 그치고 눈 쌓인 들과 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 쯤 작업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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