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다. 물론 낱말도 같았다. 사람들은 동쪽으로 옮아 오다가 시날 지방 한 들판에 이르러 거기 자리를 잡고는 의논하였다. "어서 벽돌을 빚어 불에 단단히 구워내자." 이리하여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쓰게 되었다. 또 사람들은 의논하였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하느님께서 땅에 내려 오시어 사람들이 이렇게 세운 도시와 탑을 보시고 생각하셨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 안 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당장 땅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었다. 하느님께서 온 세상의 말을 거기에서 뒤섞어 놓아 사람들을 흩으셨다고 해서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창세기(11장)의 바벨탑 이야기다. 저자는 언어의 기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스라엘인들은 '바빌론 유배(기원전 587~538)' 상황에서 ‘바벨탑’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그들은 키루스의 칙령으로 해방되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국에 귀환한 이스라엘인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재건하고, 모세의 율법을 엄격하게 지켜나가기로 다짐한다. 페르시아 제국 아래서 하느님을 경배하는 민족적인 종교로 형성된 것이 유대교이며, 그때부터 그들은 '유대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바벨’은 히브리어로 '혼돈'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