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추진경과. (그래픽=이영선 기자)

15년째 공전 중인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이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결정으로 새국면을 맞고 있다. 구로구는 수도권발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광명 이전을 줄기차게 추진한 반면 광명시는 소음·분진 등 지역 민원 해소를 위해 다른 지역에 혐오시설을 떠넘기는 행태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책사업임을 앞세워 추진 불가피성을 토로하며 설득보다는 강행 입장을 보였다. 이에 광명시가 민관합동으로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제동을 걸었다. 광명시는 차량기지 이전 총사업비가 늘어난 것을 근거로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촉구했고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9월 기획재정부의 재조사 결정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타당성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 15% 증가...기재부 사업타당성 재조사 결정

제2경인선 광역철도 노선도. 녹색 구간이 광명 노온사동~구로를 잇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구간. (사진=인천시 제공)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지난 2005년 6월 수도권발전종합대책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구로구민들의 소음·분진, 지역단절 등 민원을 이유로 서울 외곽으로 차량기지를 이전하는 게 골자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재조사에서는 차량기지 이전과 연장 9.38km에 3개 역 신설, 면적 23만4609㎡ 규모로 총사업비는 9368억원이었다. 그런데 2019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에서는 당초 노선 길이와 부지 규모도 각각 연장 9.46km, 면적 28만1931㎡로 늘어나면서 총사업비도 1조 717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광명시는 국토부가 사업비를 고의누락해 축소했다며 재조사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재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총 사업비가 1000억원 이상인 사업의 경우 15% 이상 사업비가 증가하면 재조사할 수 있다는 국가재정법 및 총사업비관리지침에 따른 결정이었다.

기재부는 조사기관으로 KDI를 선정했고, 최근 KDI는 연구진 구성을 마무리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타당성 재조사는 1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성 없다’ 결론 나면 제2경인선 광역철도 재설계 불가피

‘사업성 있다’ 결론 나도 시민 설득 관건...반대 여론 '불씨' 여전

지난 6월30일 광명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기재부의 사업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해당 노선은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으로 사업타당성 결과에 따라 해당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나면 차량기지 이전사업은 백지화된다. 이는 광명시에서 가장 반기는 결과로 차량기지를 인천이나 타 지자체로 옮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이에 따라 제2경인선 광역철도 노선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차량기지 이전사업은 탄력이 붙게 된다. 이에 따라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광명시와 광명시민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 민원 때문에 옮기는 만큼 차량기지에서 나오는 소음과 분진 등 환경오염 최소화 방안, 이에 따른 민원이나 보상 방안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광명시가 차량기지 이전사업 백지화 이전에 요구했던 차량기지 지하화, 지하철역 5곳 신설 등의 불씨도 남아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이 광역철도 건설과 연계된 정부의 국책사업인 만큼 타당성 결과와 상관없이 강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광명시와 광명시민이 지금처럼 합심해서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강행하기에는 여론의 부담이 크다.

광명시, 기재부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주목...대책 마련 중

구로차량기지. (서남투데이 자료사진)

광명시는 기재부의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결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중에 있다고 밝혔다.

광명시 관계자는 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대응방안이) 준비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사업타당성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업타당성 결과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대응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광명시는 특히 사업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기지 이전을 강행하는 경우의 수도 검토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명시 관계자는 “분위기상 힘들다고 판단하지만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국책사업이 있어 그런 부분까지 염두해 두고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한 포석인 셈이다.

광명시는 사업 추진시 5개역 신설·차량기지 지하화 등 기존에 제시했던 5대 요구안을 국토부가 광명시에 역제안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출구 전략을 세우고 있다.

광명시, 차량기지 이전 부적절성 홍보 주력...구로구 ‘주민숙원 사업’ 관철

광명시민과 지역 정치인들이 7월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관·정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 백지화를 촉구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광명시는 이번 기재부의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는 기재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량기지 이전사업의 부적절성을 알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 계획 부지 인근에는 수도권 주민의 식수 공급원인 노온정수장이 있고, 산 중간이라 화재 등 안전에도 취약하다. 차량기지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라며 “재조사가 진행되는 향후 1년여간 이 계획의 부적절성을 알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구로구는 지역의 숙원사업인 만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구로차량 이전은 2005년 수도권발전종합대책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된 부천시, 광명시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타당성 재조사가 시작되면 사업을 추진, 재개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