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적이 한 순간이라도 있었던가. 온갖 명분과 구실로 전쟁은 자행되어 왔고 지금도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이 준비되거나 치러지고 있다. 가자 지구 사태가 그렇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렇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내전도 묵과할 수 없는 사례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살폭탄테러 사건들과 그것을 막자고 전개되는 반테러 대응이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여 준전시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학자들은 전쟁을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규정하기조차 한다.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쟁이 인간의 본성과 뗄 수 없는 연관 속에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평화 역시 이러한 전쟁의 관점에서 고찰되어 온 것은 어찌 보아 아주 당연한 셈이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을 용인한다. 플라톤은 평화를 전쟁의 승리나 방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쟁의 목적은 평화라고 천명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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