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일본 도쿄에 있는 매우 ‘재미있는’ 은행(?)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공급하는 이른바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각국 사례를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일본 각지에서 시민들이 직접 출자해 경영하고 책임을 지며, 지역의 생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향하는 시민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해 지역사회 혁신에 기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곳의 이름은 ‘미래뱅크사업조합’. 은행명도 독특했지만 그들의 금융사업 방식도 매우 획기적이고 또 진보적이었다. 나아가 그들의 사업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었다.

이 은행은 탈원전, 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친환경적 실천에 적극적인 도쿄 시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서, 그 투자에 대해 낮은 금리의 배당을 지급한다. 시민들로부터 예금은 받지 않았으며, 법적 조직형태는 대부업체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는 예금 취급기관이 되면 일본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를 받게 돼 자신들이 지향하는 시민의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인내심 있는 자본(Patient Capital)’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이 은행들을 수익성, 건전성으로만 옭아매는 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투자자 중 80%가 낮은 금리의 배당도 마다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배당보다 중요한 것은 녹색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사회 혁신인 것 같다. 1994년에 설립된 이 은행은 주로 지역의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탈원전 에너지전환 사업, 친환경상품 생산, 그리고 시민에 대한 녹색교육 사업에 파격적인 저금리(최대 2%)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