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서울의 밤거리는 여성들이 혼자 걷기에 위험한 거리는 아니었다. 그것이 그나마 서양의 메트로폴리탄과 구별되는 강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여성은커녕 이제는 웬만한 남성도 인적이 드문 한적한 거리나 으슥한 골목에서는 긴장을 해야 한다. 대낮 도심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묻지마 식 칼부림’이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닌 시대에 사람들은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거기에 덧붙여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인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에서 이제는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의 끝에는 ‘소통의 부재’, ‘비소통’, ‘불통(不通)’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가족은 해체되어 핵가족화되고, 핵가족은 핵으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 자기만의 방 속에 틀어박혀 사는 은둔의 시대에 진입한 듯 보인다. 과거 끈끈한 정이 오갔던 인간적인 만남은 화려한 색깔과 움직임의 미디어 영상을 송출하는 기계가 대신한다. 육성과 육필이 오갔던 관계의 그물망은 어느새 차가운 인터넷망과 소셜 네트워크로 대체된다. 기계를 통해 남들과 소통하는 시대에 ‘묻지마 외톨이’는 말이 아닌 칼로 소통의 단절을 시위하는 것인가.
문화다양성 시대의 소통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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