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팬데믹스: 파국의 징후들’입니다. - 편집자 주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다닐 때 사용했던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다. ‘살색’이라니! 피부색을 색칠할 수 있도록 다른 색과 구분해 놓았다.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어김없이 ‘살색’을 선택해서 사람 얼굴이나 손과 발을 색칠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에도 피부색을 빨간색이나 검정색으로 색칠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구분해 놓은 ‘살색’을 주저 없이 사용했고 사용해 왔다. 그렇게 단일민족신화에 갇혀 낯선 사람이나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살색’이 하나만 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살색’이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