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1916-1956),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30.5x41.5cm. 

‹흰 소› 또한 이중섭이 즐겨 그린 소재이다. 붉은 배경의 황소 머리를 클로즈업한 작품과는 달리, 흰 소는 주로 전신을 드러내고 화면의 한쪽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흰 색’은 백의민족인 조선인을 암시하는 색이고, ‘소’라는 동물 또한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고 끈기 있게 노동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어 조선인의 상징으로 읽힌다.

일제강점기에는 암암리에 금기시되었던 소재였던 만큼, 해방과 전쟁을 거친 후 이중섭은 이 소재를 더욱 당차게 적극적으로 재소환 하였다. 여러 점의 ‹흰 소› 중에서 이 작품은 다소 지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등을 심하게 구부려 고개를 푹 숙이고, 성기를 드러낸 채 매우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