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수해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나갑니다. 멀쩡하게 물건을 팔고, 평온하게 농사를 짓고, 애지중지 가축을 키우며 하루의 노곤함을 온전하게 마무리하던 일상이 한꺼번에 수장된 그날, 하루아침에 2,000여 가구가 송두리째 수장되는 모습을 바라만 보며 쏟아지는 울음을 삼키고 지낸지 100일입니다.

“어여 묵어~그래도 묵고 살아야제~ 나라에서 잘못 헌건께 살게 해주겄제. 시방 세월이 존 세월인디 죽기야 허겄는가~” 쓰러진 집을, 사업장을, 축사를 바라보며 믿고 견디자고 서로 위로했습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사과도 하고 책임자도 처벌하고 100% 원상복구와 더불어 피해배상도 하리라는 희망으로 절망과 폭염 속 사투를 견뎌왔습니다. 죄 없는 피해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숨 막히는 불볕을 받아낼 동안 평온한 일상을 파괴한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희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