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나만은 아녔으리라. 6·25세대인 내 어린 날엔 뭐가 그리도 갖고 싶은 게 많았던지. 그 중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장 갖고 싶었던 게 손목시계였다. 당시 시계는 어떤 종류가 되었건 귀한 물건이었지만 몇 몇 친구가 차고 다니던 시계는 어찌나 갖고 싶었던지 한 번만 차보자고 해도 뻐기기만 할 뿐 약만 올리는 녀석이 얄밉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작은 형(사촌)이 가만히 나를 불렀다. 그리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시계였다.

처음으로 차보는 내 시계였다. 그땐 태엽을 감아줘야 째깍째깍 가는 시계였다. 그날은 잠도 자지 못했다. 조금 태엽이 풀리면 다시 감고 또 조금 풀릴 만하면 다시 감기를 수없이 하며 그렇게 밤을 설쳤다. 난 백부님 댁에서 사촌동생과 함께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그 동생이 어떻게 시계를 사서 차고 있는 것을 보자 내 마음이 서운했을 것으로 생각하여 작은 형이 내게도 시계를 사 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시계를 너무 애지중지 하다가 어디서인지도 모르게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단 말도 못하고 오랫동안 작은 형의 눈길을 피해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